[새영화]멜로-SF-스릴러 「오픈 유어 아이즈」

  • 입력 1999년 2월 4일 19시 28분


6일 개봉되는 ‘오픈 유어 아이즈(Open Your Eyes)’는 제목처럼 ‘눈을 부릅뜨고’ 봐야 할 영화다. 그렇지 않다간 곧 종잡을 수 없는 미로 속을 헤매게 될테니.

‘테시스’로 데뷔한 스페인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27)는 멜로와 공상과학, 심리 스릴러를 뒤섞어 꿈과 현실, 가상과 실제를 넘나드는 기묘한 영화를 만들었다.

잘생긴 바람둥이 세자르. 못된 짓하다 벌을 받듯 사고로 얼굴이 망가진다. 절망하여 만취한 채 잠이 들지만 눈을 뜨자 모든 것이 갑자기 아름답게 변한다.

그러나 이 행복을 믿어도 되는 것일까. 어느날부턴가 연인이 원수와 헷갈려 보이기 시작하는 건 착란인가 현실인가. 세자르가 겪는 정체성의 혼란은 관객에게도 그대로 전이된다. 흉칙한 세자르와 수술로 본래 얼굴을 되찾은 그, 도대체 누가 진짜일까.

엉킨 실타래를 푸는 비밀은 끔찍한 현실을 기억에서 삭제하는 ‘생명연장’프로그램에 있다. 감독은 크게 벌려놓은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버거웠던 듯 생명연장회사 사장 입을 빌어 엉성한 유심론(唯心論)을 이야기한다. “세상이란 없다. 상상의 세계일 뿐.”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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