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향기]최두석 「참나무의 노래」

  • 입력 1999년 1월 24일 18시 34분


후여 후련히 날아오르라

가슴을 에인 상처가

쑤시고 아려 흘리는

수액에 취한 딱정벌레여

잎새에 달빛 환한 밤

잎새에 맺힌 이슬 마시고

달을 향해 달빛을 타고

후여 후련히 날아오르라

무릇 참나무로 태어나

비탈에 서 있는 자

상처 입지 않고 말끔하게

살아갈 수 없거니

쑤시던 자리가 가려우니

이제 아무는 것인가

더 이상 덧나지 않고

아물 수는 있는 것인가

후여 후련히 날아오르라

상처에 기생하는 딱정벌레여

날아오르다 날아오르다

황홀히 추락하여 영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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