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한규희/『건강회복해서 수의사 꿈 이루기를』

  • 입력 1999년 1월 20일 19시 14분


윤영아, 고사리손을 흔들며 유치원 버스를 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네가 벌써 여고 1년생이 됐다니 세월이 참 빠르구나.

평소 몸이 약한 것 외에는 탈없이 잘 크던 네가 척추가 휘어지는 ‘척추측만증’으로 대수술을 받던 날 나도 모르게 기도를 했단다. 어느 종교를 믿은 적도 없는데 나도 모르게 기도하게 되더구나.

다행히 수술은 잘 됐지만 결국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한 무용을 고교 진학을 코앞에 두고 포기한 것이 무엇보다 안타까웠다. 백조처럼 예쁜 발레리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는데 왜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지….

혹시 엄마가 임신했을 때 몸이 좋지않아 너까지 그렇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자책감에 눈물도 많이 흘렸다.

그러나 보기만 해도 답답한 척추보조기를 차고서도 군말 없이 학교를 다니는 네가 안쓰럽지만 한편으론 대견한 생각도 든다.

“엄마, 내가 무용을 못하게 된 건 신이 나를 다른 곳에 필요로 하기 때문일 거야”라고 오히려 엄마를 위로했지.

로버트 프로스트는 ‘가지않은 길’에서 가지못한 길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면서도 새로운 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니. 비록 발레리나의 꿈은 접었지만 네 소원대로 수의학을 전공해 훌륭한 수의사가 되도록 엄마가 기도할게. 네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윤영아, 엄마도 몸이 불편해 네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해주는게 미안할 뿐이다.

한규희(주부·경기 구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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