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범죄경관의 전쟁

  • 입력 1999년 1월 15일 19시 31분


▽경찰관은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을까. 인기영화 ‘투캅스’가 이를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닳고 닳은 고참형사는 신참형사를 타락시키려고 애를 쓴다. 처음엔 불의와 권한남용을 용납하지 않던 신참도 몇달지나지않아능구렁이로 변한다. 공짜술 먹기, 도박판돈 가로채기, 업소 금품뜯기 등에 이력이 붙어가는 신참의 타락과정이 적나라하다. 경찰은 사회의 ‘필요악’인가를 묻게 한다.

▽미국 뉴욕시는 90년대 초까지 경찰관 범죄에 골머리를 앓았다. 대표적 사창가인 42번가의 실제 운영자 30%가 경찰관이었다. 피해를 본 관광객들이 신고를 해도 제대로 처리될 리 만무했다.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은 94년 당선 직후 ‘마피아와의 전쟁’과 ‘범죄경찰관과의 전쟁’에 나섰다. 엄청난 파문 끝에 42번가는 안전한 거리로 탈바꿈했다. 늦은 밤에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문화의 거리가 됐다. 줄리아니는 이 공로로 97년 재선에 성공했다.

▽부산에서 윤락업소를 운영하던 경찰간부가 구속됐다는 소식이다. 여대생 등 여성 2백여명을 ‘밑천’으로 1천4백여명의 남성에게 윤락을 알선한 혐의다. 어느 것이 주업이고 부업인지 헷갈린다. 경찰관 신분은 방패에 불과했던 것 같다. 유흥업소나 소매치기, 폭력조직 등과 공생관계를 맺고 뒤를 봐주는 고전적 비리는 그나마 ‘순진한’ 편에 속한다. 일부 경찰관들의 범죄가 어디까지 갈지 큰 걱정이다.

▽‘범죄와의 전쟁’보다 ‘범죄경찰관과의 전쟁’이 더 시급한 과제가 됐다. 두 얼굴을 가진 경찰관들에게 나라의 치안을 맡길 수 없다. 자칫하다간 어느 중남미 국가처럼 ‘낮에는 경찰관, 밤에는 권총강도’가 횡행하는 공포가 닥칠지 모른다. 경찰관이 사회불안요인이 된다면 우리 사회는 끝장이다.

육정수〈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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