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여보세요? 정문이라구, 알았어.
주임은 수화기를 내려놓고나서 당직계장에게 말했다.
정문에 가족이 왔답니다.
오현우씨 이리 좀 오세요.
계장이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석방증입니다. 그리구 오선생은 보호관찰 대상자니까 귀가하고나서 일주일 이내에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합니다. 알겠어요?
계장은 일어나서 내게 정식으로 악수를 청했다.
석방을 축하합니다. 충실한 사회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가 경례를 했고 나는 깊숙이 절했다. 나는 주임과 함께 본관 건물을 나섰다. 싸락눈은 아직도 팔팔 날리는 중이었다. 주임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먼 길 가실텐데 길 사정이 괜찮을까 모르겠소.
우리는 정문의 귀퉁이에 있는 작은 출입문을 지나고 다시 교도소의 바깥 울타리가 보이는 초소를 향하여 걸어갔다. 무장한 경교대가 지키고 선 초소 앞의 공터에 앞 등을 켠 승용차 한 대가 보였다. 초소 앞에 이르자 주임이 걸음을 멈추며 내게 말했다.
자아 여기서부터 속세입니다. 나가서 잘 사세요.
안녕히 계세요. 언제… 만납시다.
그와 나는 그렇게 안과 밖으로 작별했다. 나는 작은 트렁크를 손 바꿔 들면서 세상 속으로 들어갔다. 차의 문이 열리면서 조카인듯한 사람이 뛰어 나오더니 빠른 걸음으로 마주 다가왔다.
삼촌 저 정근입니다.
그는 먼저 나를 힘껏 껴안았다.
고생 많으셨지요.
뭐… 잘 지낸 편이다.
그가 비닐 봉지에서 두부를 꺼내어 내 얼굴에 들이밀었다.
이거 잡수세요. 어머니가 꼭 드시게 하라구 그러셨어요.
두부… 거 다 미신이다.
이제부턴 남들이 하는 것처럼 하셔야 된대요.
나는 그게 누님의 진심이라고 알아 들었다. 두부는 차갑고 싱겁고 뻑뻑해서 목으로 넘어가질 않았다.
<글:황석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