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이명자/군에 간 아들에게

  • 입력 1999년 1월 5일 18시 53분


사랑하는 아들아. 입대한지도 벌써 한달이 넘었구나. 너의 빈자리가 이렇게 큰 줄은 엄마는 미처 몰랐다. 주인없이 텅빈 방문을 열면 밀려오는 허전함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단다. 너도 가족들이 보고 싶을텐데 얼마나 마음 고생이 많으냐.

그러나 아들아, 우린 지금까지 잘 견디어 왔지 않니. 지금은 훈련기간이라 편지 쓸 여유가 없을 줄 안다. 훈련소로 이동하면서 보낸 네 편지가 너무나 어른스럽고 대견해서 네가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보면서 너의 마음을 읽는다.

집을 떠나면서 울적해 하지 말라고 오히려 엄마를 위로하던 너. 마지막으로 헤어질 때 되돌아와서 아빠 엄마의 볼에 입을 맞추고 대열 속으로 사라져 버린 네 얼굴이 자꾸만 어른거린다. 어릴 때는 잔병치레를 많이 해 밤잠을 설치게도 하고 무던히도 애를 먹였었지.

그러나 어느새 건강한 청년으로 성장해 대한민국의 늠름한 군인이 됐다니 엄마는 네가 무척 자랑스럽다. 네가 이 편지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신병훈련을 무사히 마치는 날 편지 한장이라도 소식 전해주기 바란다. 아무 탈없이 힘든 훈련과정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네가 멋진 군복을 입고 첫 휴가를 나올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세상이 좀 어수선한 것 같지만 너는 군인으로서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네 위치를 성실하게 지켜다오.

이명자(서울 관악구 봉천1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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