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하영선/`北核낙관론` 재검토 할 때

  • 입력 1998년 12월 28일 19시 15분


98년 한 해가 경제위기의 극복을 위한 한 해였다면, 다가오는 한 해는 북핵 위기의 극복을 위한 한 해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다가오는 새해에, 경제위기의 회복은 예상보다 늦어지고 내각제 논의를 둘러싼 정치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금창리 지하시설을 둘러싸고 북―미 위기가 발생한다면 99년의 한반도는 위기의 삼각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북핵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금창리 시설을 둘러싸고 국내의 정부 언론 학계에 성급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세가지 낙관론에 대한 보다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美日분위기 냉각 조짐 ▼

우선 미국의 대북 관용정책에 대한 낙관론이다.

미국의 대북정책 조정역으로 새롭게 임명된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일차적으로는 미국내의 다양한 의견과, 이차적으로는 유관 당사국들의 이해를 고려하여 미국의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보면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금창리시설 논란 이후 워싱턴의 관계 정계 언론 학계의 북한에 대한 전반적인 분위기가 급격히 차가워졌다는 것이다.

워싱턴은 금창리 지하시설의 건설을 우리 정부가 해석하는 것처럼 미래의 위험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제네바 핵합의의 약속 불이행으로 해석해 현재의 위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미국내의 일부 강경세력이나 공화당만이 포용정책에서 탈포용정책으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워싱턴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지난 4년동안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포용정책의 지속적 실험에 지쳐 있으며, 대신 탈포용정책의 실험을 희망하고 있다. 이러한 워싱턴의 분위기를 페리는 대북 포용정책의 재검토 보고서를 통해 어떠한 형태로든 반영해야 할 형편에 놓여 있다.

다음으로 북한의 미국 활용정책에 대한 낙관론이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경제적 기반의 회복을 위해 금창리 지하시설의 방문 또는 사찰 문제를 최대한의 경제적 보상을 받는 선에서 풀어나갈 것으로 보는 기대다.

그러나 금창리 지하시설은 최근의 대포동 1호 다단계 로켓 실험발사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21세기 국가목표인 ‘강성대국’의 상징적 표현으로서 이해해야 한다.

북한의 김정일(金正日)체제는 9월 공식 출범과 함께 새로운 국가 목표로서 사상과 정치의 강국, 군사의 강국, 경제의 강국에 기반한 ‘강성대국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강성대국론’의 내용 중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경제의 강국보다 사상과 정치의 강국, 군사의 강국을 우선적으로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북한은 금창리문제의 해결과정에서 협상의 마지막 순간까지 위협 외교 또는 벼랑끝 외교를 통하여 3중적 국가 이익의 극대화를 시도하며, 영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가능한 한 금창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나누어 협상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금창리 문제의 해결을 위한 한미일 국제공조체제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이다. 현재의 국내외 정치 상황속에서는, 미국과 북한은 금창리 문제의 해결과정에서 자신들의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각자 나름의 위협 외교를 구사하여 공중폭격이나 전쟁의 위기를 앞두고 합의에 이르도록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99년의 북핵 위기가 공중폭격이나 전쟁의 위기까지 이르지 않는 한도내에서 악화되더라도 한국의 포용정책과 미일의 탈포용정책과의 국제공조는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 선택적 北포용 정책을 ▼

우리 정부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제네바 핵협상때와 마찬가지로 일괄타결 방안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미국이나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금창리 문제는 새로운 협상이 아니라 제네바 일괄타결의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일은 일괄타결의 준수를 위한 일괄타결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어 크게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

따라서 한미일의 진정한 국제공조를 통해서 북한 핵위기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우리정부는 세개의 지나친 낙관론에 기반한 집단적 사고의 오류에 빠지기보다 객관적인 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통해 현재의 ‘소박한 포용정책’을 넘어서서 보다 세련된 ‘선택적 포용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하영선(서울대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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