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E메일 사랑 소재 「유브 갓 메일」

  • 입력 1998년 12월 23일 19시 04분


할리우드에서도 ‘새 시대의 사랑법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만남’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일까.

올해의 마지막날인 31일 개봉될 로맨틱 코미디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은 한국영화 ‘접속’, 일본영화 ‘하루’처럼 E메일이 사랑의 매개로 등장하는 멜로 영화다.

이 영화에는 93년의 흥행작인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만들었던 ‘드림 팀’이 모두 모였다. 아카데미가 보증하는 배우 톰 행크스와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맥 라이언이 ‘시애틀…’에 이어 또다시 커플로 출연하고 ‘시애틀…’과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각본을 쓴 노라 에프론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E메일을 통한 사랑을 소재로 했지만 이 영화는 ‘접속’ ‘하루’와는 많이 다르다.

‘하루’는 실험영화적 성격이 강하고 ‘접속’역시 천편일률적인 한국 멜로영화에 신선한 자극을 주었지만 ‘유브 갓 메일’은 상업영화의 공식에 충실하다. 이 영화에서 사이버 공간은 ‘시애틀…’에서 톰 행크스의 아들처럼 두 사람의 사랑을 이어주는 수단일 뿐 익명성을 띤 상대와의 의사소통의 문제같은, ‘심오한’ 주제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접속’과 ‘하루’에서는 주인공들이 대면하자마자 영화가 끝나버리지만 ‘유브 갓 메일’의 두 남녀는 이미 상대에 대해 알고 있다. 익명적인 사이버 공간에서는 사랑을 느끼지만 실제로는 적대적인 관계에 놓여있는 두 사람의 딜레마가 풀려나가는 과정이 영화의 줄거리를 이룬다.

톰 행크스가 평한 것처럼 노라 에프론 감독은 ‘영화를 감미롭고 매끈하게 하는 재주’를 지녔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 같은 동네의 서점주인인 것은 기막힌 우연이지만 그 정도야 이 경쾌하고 귀여운 로맨틱 코미디에서는 봐줄만 하다. 그러나 기본적인 정조와 유머가 ‘시애틀…’과 비슷해 진부하다고 느낄 관객도 있을 듯.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 말고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배경인 뉴욕시 자체다. 익명성과 친근함이 공존하고 곳곳에서 분주한 활기와 경쾌함이 솟아오르는 도시, 가을에서 겨울 봄에 걸쳐 변화하는 뉴욕 길거리의 색깔과 표정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두시간이 충분히 즐겁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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