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8년 12월 17일 19시 0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우리나라는 성희롱 문제에 관한 한 아직 초보단계에 있다. 선진국들, 특히 미국의 경우 이 문제에 엄격히 대처하고 학문적으로도 깊이 있게 연구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얼마 전 서울대교수 성희롱사건이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으나 여전히 성희롱의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대법원이 서울대교수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 판단기준을 제시한 바는 있으나 성희롱의 개념과 범위를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는 대체로 두가지의 큰 기준이 있다. 하나는 상급자가 불이익을 암시하면서 성적 요구를 했는지, 다른 하나는 성적 불쾌감이나 거부감을 주었는지 여부다.
정부 여당의 방안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성희롱에 대해 형사처벌까지 가능하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민사적 구제시스템이 미흡하다 보니 그런 방안까지 나온 것으로 이해되지만 형사처벌문제는 신중하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미국에서도 형사처벌 예는 없고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해결하고 있다. 직접증거를 찾기 어려워 거의 피해자 주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남녀간의 인식차이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강력한 법보다 중요한 것은 의식의 전환이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가정폭력처벌법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성희롱방지법이 직장분위기를 불필요하게 경직시키고 갈등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곤란하다. 여성인권을 존중하는 의식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처벌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려 들면 예상치 않은 부작용을 낳거나 법을 사문화(死文化)해 법의 권위만 실추시킬지도 모른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합리적 내용을 담아야 한다.
성희롱 행태를 없애기 위해서는 꾸준한 사회교육과 함께 직장의 적극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여기에는 자체 교육과 홍보, 징계절차가 포함된다. 여성도 남성을 성적으로 자극하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함은 물론이다. 성희롱사건 조사기구는 남성이라고 해서 불리하지 않도록 공정성과 전문성이 확보돼야 할 것이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