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한국양궁팀, 「쪽지 레슨」으로 金캔다

  • 입력 1998년 12월 3일 19시 11분


방콕아시아경기에서 전종목 우승에 도전하는 양궁대표단의 장영술 남자팀 코치. 그는 최근 2개월만에 머리를 식히려 남서울CC에 갔다가 81타를 쳤다.

이는 그의 베스트 스코어. 흔히 말하는 ‘싱글 골퍼’에 처음 이름을 올린 셈이다.

연습도 하지 않았던 터라 그는 90대만 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최고의 스코어를 냈을까.

비결은 단 한가지. 그는 샷을 할 때마다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읽었다. ‘헤드업 하지 말 것’ ‘오른 팔은 없다’ ‘지나간 샷은 잊어버리자’. 욕심을 내지 않고 이대로 하다보니 점수가 좋아지더라는 것.

장코치는 선수를 지도할 때도 이 방법을 쓴다. 남자양궁 대표선수들은 모두 주머니에 쪽지를 넣고 다닌다. ‘옆 선수의 기록에 신경쓰지 말자’ ‘내 평소기록만 내면 금메달’ ‘오른쪽 어깨는 없다’….

바로 이미지트레이닝. 선수 스스로 최면을 거는 것과 마찬가지다. 양궁은 본선부터는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2명이 나란히 사대에 서서 1대1로 싸운다. 게다가 12발이나 18발로 승부를 가리기 때문에 한발이라도 실수하면 끝장.

실수를 줄이기 위해선 긴장하지 않아야 하고 긴장해소를 위한 비방이 바로 ‘쪽지 레슨’인 셈이다. 장코치 비방의 효력을 기다려보자.

〈최화경기자〉bb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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