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낙연/홍문종 영입 잘못된 算法

  • 입력 1998년 11월 25일 19시 17분


홍문종의원(경기 의정부)이 한나라당을 떠난 지 2개월여만에 국민회의에 입당했다. 그동안 야당에서 여당으로 옮긴 수많은 국회의원 가운데 한 사람에 불과하다고 넘길 수도 있다. 정당선택은 의원의 자유에 속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국민회의의 홍의원 영입은 아무래도 떳떳하지 않다. 두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범법 혐의자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홍의원은 선거법위반 혐의로 고등법원에서 8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의석 하나가 무엇이기에 이런 경우까지 끌어들이는가. 이래서는 사정(司正)과 정치개혁에 국민이 충분히 공감하지 못한다. ‘문제가 있는 의원은 영입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국민회의 당론도 번복됐으니 이제 무엇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둘째는 경제청문회 특위 의원배분 협상에서 유리해지려는 계산이 있었던 것 같기 때문이다. 의원배분 방법을 놓고 국민회의는 의석비율을, 한나라당은 여야동수(同數)를 주장해왔다. 그런데 한나라당 제안처럼 특위 전체의원을 20명에서 18명으로 줄이면 의석비율로 해도 여야가 9.45대 8.55로 9대9 동수가 된다. 홍의원 영입은 이것을 9.51대 8.49로 바꾸어 한나라당 주장을 물리치는 데 절묘하게 유효하다는 얘기다.

▼여야동수를 만들려고 굳이 18명 아이디어를 내놓았던 한나라당도 궁색하다. 국정조사특위의 전례대로 의석비율에 따르자는 국민회의 주장이 이치에 맞다. 그러나 홍의원 영입은 국민회의 주장의 정당성을 오히려 훼손한다. ‘의석비율대로’는 옳지만 ‘억지로 꿰맞춰서라도 의석비율대로’가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국민회의는 의원 1명을 얻었으나 더 많은 것을 잃고 있다. 국민의 마음을 잃는 것이 가장 큰 손실이다.

이낙연 <논설위원〉naky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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