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경은/바이어 없는 패션쇼

입력 1998-11-16 19:04수정 2009-09-24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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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

AA) 컬렉션에 참가한 디자이너들의 팜플렛에 실린 작품설명. ‘우주의 신비를 옷이라는 매개를 통해 전달하는 조용한 통찰이 디자이너의 일….’(P씨)‘요란하게 자기를 드러내 보이지 않고 푸른 숲속에 숨어 피어나는 이름없는 꽃들의 아름다움….’(O씨)

7월 영국 런던멘스패션위크 참가 디자이너들의 작품 소개 팜플렛. ‘△디자인〓편안함/화려함/프린트…. △소재〓천연소재/편안한 리넨/체크무늬…. △색상〓빨강 악센트/아이보리/인디고염색….’(a프로젝트) ‘뒤집어 입을 수 있는 티셔츠/파스텔톤의 면셔츠….’(툴리오 디 로렌조)

런던패션쇼 팜플렛은 옷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담았다. ‘작품성’ 판단은 보는 사람의 몫이었다. SFAA에서는 ‘이렇게 거창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패션은 자기주장’이란 말은 입는 사람의 자기주장이란 뜻일 텐데….

다시 SFAA패션쇼장. ‘패션인들의 암호’인 검은색과 빨간색 옷의 인파로 북적거렸다. 패션학도들도 몰려왔다. 한 쇼에서는 담당부처 고급공무원석이 중앙에 마련돼 있었다. ‘성황’이었다.

그러나 옷을 주문할 바이어가 보이지 않았다. 작품에 대한 구매상담이 없었다. SFAA가 파리 밀라노 뉴욕 런던 도쿄(東京)컬렉션에 이은 세계 제6대 컬렉션을 만들겠노라고 선언한 지 8년. 각국 바이어는 지난달부터 이들 도시를 차례로 휩쓸었지만 서울행은 없었다. 이 행사가 콘서트였다면 별도의 바이어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입장객이 곧 바이어이니까.

업계의 장기불황 속에 3천만∼4천만원씩 긁어모아 실현하려던 ‘패션코리아’의 꿈은 옛경희궁터의 낙엽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윤경은<생활부>k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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