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여고선수6명 대만행주선 이형숙 다위안팀감독

  • 입력 1998년 11월 13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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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실업팀이 잇따라 문을 닫는 바람에 취업의 길이 막힌 여고농구선수들. 이들에게 대만에서 농구를 할 수 있도록 주선한 다위안팀의 이형숙감독(34)이 잠시 귀국했다.

귀국목적은 최근 대만에서 테스트를 통과한 선수들과의 계약체결 건. 6명 중 4명은 다위안, 2명은 야둥팀으로 입단이 확정됐다.

“후배들의 딱한 사정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구단에서도 한국선수 영입을 흔쾌하게 수락하는 바람에 일이 쉽게 풀렸어요.”

농구를 계속하기 위해 선수들은 대만에 귀화해야 한다. 이감독은 선수들의 양부모가 될 사람도 이미 점찍어 놓았다. 양부는 모두 다위안팀 모기업의 중역들이다.

선수들에 대한 대우는 월급 3만엔티(약 1백20만원)에 숙식 제공. 여기에 대학의 학비도 전액 제공된다. 국내 실업팀의 대우보다 훨씬 낫다.

이제 다위안팀은 한국팀이나 마찬가지. 사령탑이 한국인이고 국가대표선수 출신인 정진경도 올해 초 입단했다. 여기에 최송임(동주여상) 김화영(염광전산) 이혜숙(대전여상) 박정시(명신여고)까지 가세하면 전체 선수 12명 중 5명이 한국인인 셈.

이바람에 질시의 눈길도 따갑다. 다위안팀은 올 시즌 3개 대회 중 9월 총통배대회와 10월 전국체전을 석권했다. 6월의 정규리그에선 준우승.

외국인 감독에게 두차례나 우승컵을 내줘 가뜩이나 배가 아픈 마당에 한국선수들을 줄줄이 뽑으니 야둥팀을 제외한 나머지 4개팀의 눈길이 고울 리 없다.

“우리 팀을 두고 한국팀이냐 대만팀이냐며 입방아를 찧지만 신경쓰지 않습니다. 야둥팀이 이미 뽑은 2명 외에 2,3명을 더 보강한다고 하니 다행이지요. 내년쯤이면 다른 팀도 한국선수를 뽑겠다고 나설 걸요.”

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은메달, 90년 베이징아시아경기 우승의 주역인 이감독은 92년 다위안팀에 선수로 입단해 96년부터 감독을 맡았다. 내년 1월 열리는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겨울리그엔 다위안팀을 이끌고 출전할 계획.

“이제부터 바쁠 것 같아요. 선수들에게 대만어도 가르치고 일일이 뒷바라지를 해줘야 할테니까요. 그래도 후배들을 돕는 일이니 보람 있겠죠.”

이감독은 물설고 낯선 선수들에게 엄한 감독이 아닌 자상한 언니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최화경기자〉bb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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