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동관/조건많은 영수회담

입력 1998-11-09 19:38수정 2009-09-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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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지도자간의 회담에 웬 조건이 그리도 많으냐.”

우여곡절 끝에 성사될 듯하던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간의 회담이 총무접촉에서 합의내용 조율에 실패해 9일 일단 무산되자 정치권에서 터져 나오는 푸념이다.

새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극한대치 속에서 쌓여온 여야의 감정적 앙금을 감안하면 양측이 총재회담을 빌려 제각각 할말이 많으리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할 만 하다.

그러나 청문회 개최시기나 ‘세풍(稅風)’‘총풍(銃風)’에 대한 구체적 언급까지 영수회담의 사전 합의내용에 집어넣으려는 여야 지도부의 태도를 보면 아직도 ‘네탓’만을 책하려는 고집스러움이 감지된다.

양측 모두 참호를 파고 들어 앉아 상대방을 끌어들이려는 자기중심적 태도인 셈이다.

흔히 정치를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말하는 것은 비즈니스 세계의 상담(商談)과 달리 정치력으로 타협점을 모색해내는 여백(餘白)묘미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필요한 것도 따지고 보면 실무선이 이끌어 내기 힘든 정치적 타협을 만들기 위해서임은 말할 것도 없다.

더욱이 지난주 후반 이후 합의와 번복을 거듭해온 여야의 절충과정을 지켜보면 아직도 정치권의 상황인식은 정쟁에 넌덜머리를 내는 국민정서와 크게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다.

당초 영수회담의 합의소식에 여론이 호의적 반응을 보였던 이유는 정국전환의 돌파구가 마련돼 이제는 정치권이 민초(民草)들의 고달픈 삶을 챙겨 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여야가 이미 합의한 회담합의문의 전문처럼 ‘국난극복을 위해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성숙한 정치를 복원해달라’는 게 바로 국민의 요구다.

이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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