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사기단 수법]거창한 직함 내세워 현혹

입력 1998-11-09 19:28수정 2009-09-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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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채권사기단 조직을 적발한 검찰은 이들이 그동안 채권시장과 재계에서 나돌던 각종 ‘괴자금’ 소문의 배후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IMF 체제 이후 기업의 자금 사정이 악화된 점을 이용해 허무맹랑한 유언비어를 퍼뜨리면서 채권시장을 교란했다. 검찰이 신분을 밝히지 않은 ‘괴자금 사기’ 피해자 중에는 현직 고위 공무원이나 친지등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수법

사기단은 “정부가 신규채권 발행을 위해 기존의 도난채권과 실권, 비실명채권을 비밀리에 대량 매입한다”는 등의 헛소문을 퍼뜨리며 자금난에 빠진 기업인이나 실직자들에게 접근했다.

그동안 채권시장에서 나돌던 “재미교포가 IMF극복을 위해 정부에 엄청난 액수의 금괴를 헌납키로 했다” “문민정부 시절 실명전환을 하지 않은 채권이 지급동결됐다”는 등의 유언비어도 이들이 지어낸 것이라고 검찰은 밝혔다.이들은 특히 청와대와 안기부의 ‘특명반’ ‘달러 국고헌납 특별수임자’ ‘외자유치담당관’ 등의 ‘거창한’ 직함을 만들어 냈으며 경호원을 7,8명씩 대동하고 다니면서 검거에 나선 수사관을 폭행하기도 했다.

사기단은 또 예금유치에 눈이 먼 일부 시중은행 지점장들을 끌어들였으며 지점장들은 23년전 소멸시효가 지나 휴지조작이 돼버린 실권채권에다 ‘현금교환이 가능하다’는 확인서를 붙여주었다.

사기조직의 꾐에 빠져 범행에 가담한 한 은행 지점장은 자신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나서도 사기당한 사실을 반신 반의한 나머지 사기범 두목에게 일일이 조사 상황을 보고하기도 했다.

▼사기채권 유형

이들이 시중에 유통시킨 가짜 채권의 유형은 도난당한 장물채권에서 실권(失權)채권 위조유가증권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장물채권 판매조직은 “전문절도단이 부유층 금고속에 있던 수천억원대 산업금융채권을 절취해 보관중인데 신고조차 되지 않았고 정부는 도난여부와 상관없이 액면대로 환수한다”고 속여 거래를 성사시켰다.

실권채권 판매조직은 골동품 상가에서나 볼 수 있는 건국채권 석유증권 농지증권등을 사기 도구로 사용했다.

49년 발행된 건국채권은 75년 이미 시효가 완성돼 휴지조각이 됐음에도 1천7백여장(3천9백만원 상당)이 나돌아 다녔다.

이밖에 미국 은행이 발행한 위조 금보관증(달러본드)을 들고 다니면서 “정부가 미국에 1천억달러를 유치해 뒀는데 절반을 투자금으로 쓸 수 있다”며 업체에 접근한 경우도 있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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