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9일방영 「은실이」,어렵던 「60년대 삽화」

  • 입력 1998년 11월 8일 19시 23분


극장 간판이 영화 ‘로맨스 그레이’로 바뀌고 까까머리와 단발머리의 아이들은 뽑기 좌판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이 사이로 피에로 복장의 극장 직원이 “인생 황혼에 때를 잊고 사랑에 도취해 버린 두 늙은이의 난센스” 운운하며 개봉박두를 알린다. 영락없이 60년대 시골 장터 풍경이다.

9일부터 방영되는 SBS 월화드라마 ‘은실이’(밤9·55)는 과거의 울타리에 갇혀 있던 옛 모습을 되살려내며 시작된다. IMF시대라는 사회분위기 때문일까. 배경은 물론 내용 역시 복고풍을 선택했다.

어느날 곱상하게 생긴 아낙네(김원희 분)가 은실과 은철 남매를 데리고 등장한다. 제재소와 극장을 경영하며 유지로 행세하는 낙도(이경영)는 이 여인네가 자신이 집적거려 집에서 쫓겨났던 가정부 길례임을 알고 전전긍긍한다. 또 낙도의 아내 청옥(원미경)은 밖으로만 나도는 남편을 추궁하며 불길한 느낌에 휩싸인다.

이 드라마는 극중극의 형태로 일부 비쳐지는 ‘로맨스 그레이’처럼 시청자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스토리를 갖고 있다. 타이틀롤인 은실은 낙도와 길례 사이의 딸로 밝혀진 뒤 낙도의 집에 들어가 살면서 성질 못된 가정부의 온갖 구박에 시달리며 성장한다.

50부작으로 예정된 연속극의 속성상 기획의 참신한 맛은 없다. 그러나 짜임새있는 줄거리와 은실을 통한 눈물샘 자극, 만화처럼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조연들이 이끌어낼 웃음이 강점이다. 30회 가까이 브라운관을 수놓을 아역들의 연기가 드라마의 성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효정 임현식 권기선 권해효 정경순 배도환과 가수 김창완 등이 출연한다. 이금림 극본에 ‘옥이 이모’‘달팽이’의 성준기PD 연출.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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