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목적세 없앨 때

  • 입력 1998년 10월 24일 19시 25분


목적세 폐지의 당위성은 그동안 수없이 거론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부처와 이익단체들의 반발과 집단이기주의에 밀려 합리적인 조세체계 개편이 이뤄지지 못했다. 재정경제부는 내년말까지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교통세 등 3대 목적세를 폐지키로 하고 관련 법안을 11월초까지 확정, 정기국회에 상정한다는 방침이지만 농림 교육 건설교통부 등의 반대가 워낙 거세 이번에도 뜻대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목적세 폐지는 더이상 미룰 수 없다. 관련부처는 목적세를 폐지할 경우 농어촌투자 교육시설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불합리한 조세체계와 칸막이식으로 운영되는 경직적 재정운용을 언제까지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목적세를 없애야 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자원배분의 불합리성이다. 매년 전체 국세의 20%나 되는 목적세를 따로 거두어 특정분야에 지원하다보니 예산배분의 우선순위가 왜곡되고 효율성이 떨어진다. 요즘같은 경제위기상황에서도 실업대책이나 구조조정 등의 시급한 분야에 대한 재정의 우선지원이 어렵다. 예산은 우선순위에 따라 배정하는 것이 순리다.

둘째, 목적세 사업의 비효율성이다. 일반예산과는 달리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심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우선지원되다 보니 예산의 불합리한 집행과 그에 따른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검찰 수사로 드러난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의 비리는 그 일단에 지나지 않는다. 셋째, 목적세 폐지 등의 강도높은 재정개혁 없이는 중장기적 건전재정목표는 기대할 수 없다. 올해 재정적자만도 국내총생산(GDP)의 4.8%수준인 21조원에 이른다. 내년 이후에는 더 커질 전망이다. 목적세를 본세로 통합해 국민세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이 재정개혁의 출발점이라면 목적세 폐지는 바로 그같은 재정계획의 핵심 과제다.

그러잖아도 우리나라는 세금 종류가 터무니없이 많고 또 복잡다기하다. 여기에 목적세라는 세금 위의 세금을 따로 거두고 있다. 교육세는 11가지, 농특세는 7가지 세금에 얹어서 추가로 징수한다. 당연한 결과로 세정의 비효율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조세체계 간소화를 위해서도 목적세는 폐지돼야 마땅하다.

목적세가 폐지된다고 해서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이나 교육투자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본세로 통합돼 거둔 세금은 상당부분 기왕의 특정분야에 우선 지원될 것이다. 정치권과 관련부처들도 더이상 정치논리나 부처이기주의에 매달려 목적세 폐지를 무작정 반대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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