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이병래 『아내여, 당신 빈자리 너무 커』

  • 입력 1998년 10월 1일 19시 57분


“수현이 유치원 잘 데려다주고 잠 잘 재우고 문단속 잘하고 가스불 조심하고 반찬은 냉장고에 꼭 넣어두고….”

일주일간 직장연수를 떠나는 아내가 갓 시집온 며느리에게 시어머니가 꼼꼼히 챙기는 것처럼 이것저것 귀에 못이 박이도록 나에게 다짐을 받는다. 아내는 지금까지 한번도 집을 비운 적이 없던 터라 집안살림은 물론 네살난 딸아이에 대한 걱정도 무척 많은 듯했다. 살림은 아내가 도맡아 해 왔기에 나도 사실 걱정이 앞섰다. 회사일을 마친 나는 서둘러 아이를 데리러 갔다. 반갑게 나를 맞은 아이의 첫마디. “그런데 엄마는 어딨어요?”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책을 읽어주고 엄마생각이 나지 않도록 아이의 신경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애썼다. 그런대로 엄마를 잊은 듯 잘 놀았다. 하지만 잠잘 시간이 되자 이내 엄마가 없다는게 실감이 나는지 칭얼대기 시작했다. 달래기도 하고 나무라기도 했지만 엄마한테 가자고 밤새 울어댔다. 막무가내였다. 다음날, 그 다음날도 사정은 비슷했다.

길지 않은 시간, 많은 것을 느꼈다. 아내의 빈자리와 아이에 대한 사랑…. 드디어 내일이면 아내가 돌아온다. 만나면 진심으로 말해야겠다. 당신없는 한주일은 마치 한달과 같았다고.

이병래<서울 광진구 중곡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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