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박상희/여상 졸업반 동생에게

  • 입력 1998년 9월 28일 19시 23분


사춘기도 모르고, 소풍 한번 마음놓고 못 가보고, 취미 하나 제대로 가져보지도 못한 채 어느덧 너의 학창시절도 끝나가는구나. 여상 졸업을 눈앞에 두고 취업 걱정에 잠자리에서 뒤척이는 모습을 보니 미안한 마음 뿐이다.

벌써 여러 친구들이 직장에 다니고 있다지. 군데군데 빈 책상들을 바라보며 네 앞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줄 잘 안다. 그러나 언니가 되어 아무것도 도와줄 방도가 없으니.

중학교 1학년 때 네가 휴학을 하고 병석에 누우신 엄마를 도맡아 간호했던 모습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복학해서 지금까지도 낮에는 엄마를 돌보고 저녁이면 학교에 나가 공부를 했지. 나이는 어리지만 마음 씀씀이는 어른 못지않아 언니는 늘 고마웠다.

우리집은 딸만 셋이지만 엄마는 항상 ‘딸만’이라는 말 대신 효녀상 받은 딸이 집안에 셋씩이나 된다고 말씀하셨지. 그럴 때면 큰 언니인 나는 부끄러워 숨고 싶을 정도였다. 류머티스성 관절염으로 6년째 수족을 못쓰는 엄마를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수발을 들어준 것은 바로 너였기에.

세상 사람 모두에게 알려 너를 칭찬하고 싶다. 모쪼록 네 앞날에 지금까지의 험난한 길이 아닌 밝은 미래가 펼쳐지기를 소망한다.

박상희(서울 노원구 중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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