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여러 친구들이 직장에 다니고 있다지. 군데군데 빈 책상들을 바라보며 네 앞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줄 잘 안다. 그러나 언니가 되어 아무것도 도와줄 방도가 없으니.
중학교 1학년 때 네가 휴학을 하고 병석에 누우신 엄마를 도맡아 간호했던 모습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복학해서 지금까지도 낮에는 엄마를 돌보고 저녁이면 학교에 나가 공부를 했지. 나이는 어리지만 마음 씀씀이는 어른 못지않아 언니는 늘 고마웠다.
우리집은 딸만 셋이지만 엄마는 항상 ‘딸만’이라는 말 대신 효녀상 받은 딸이 집안에 셋씩이나 된다고 말씀하셨지. 그럴 때면 큰 언니인 나는 부끄러워 숨고 싶을 정도였다. 류머티스성 관절염으로 6년째 수족을 못쓰는 엄마를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수발을 들어준 것은 바로 너였기에.
세상 사람 모두에게 알려 너를 칭찬하고 싶다. 모쪼록 네 앞날에 지금까지의 험난한 길이 아닌 밝은 미래가 펼쳐지기를 소망한다.
박상희(서울 노원구 중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