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생각하며]김형주/벤처열풍 꿈꾸는 「관악 밸리」

입력 1998-09-24 19:11수정 2009-09-25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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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의 계절 가을이다. 예년 같으면 맑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을 즐기며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를 준비할 때다. 그러나 지난 연말에 시작된 경제위기에다 사상 유례없는 수해까지 겪은 후에 맞는 올 가을은 그다지 즐겁지 않은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보면 암울한 소식들로 가득하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정리해고 소식, 내년도 상반기 실업률이 8.5%, 실업자는 1백83만6천여명이 될 것이라는 예측, 아직도 각종 투자와 소비는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보도 등. 실업 문제는 사회복지수준이 뒤떨어진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의 생존에 관련된 문제로 하루속히 해결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IMF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중 하나가 벤처기업 육성이다. 이제까지의 경제성장을 주도해 온 대기업 중심의 대량 생산 방식으로는 앞으로의 지식정보화 시대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이 활성화되면 우리 경제구조는 발전적으로 조정되어 새로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으며 실업 문제해결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대 공대에서는 졸업생들의 취업난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창의적인 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신기술 창업 네트워크’(센터장 이준식 기계공학과교수)를 발족했다. 이 센터는 학생 동아리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창업활동을 대학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지원하여 대학생들의 창업 기회를 증진시키려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6명의 교수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사업 계획 등을 심사해 아이디어가 뛰어난 창업 희망자들에게 장소와 기자재 등을 제공하는 일종의 ‘벤처 인큐베이터’이다.

현재 대학생과 대학원생 기업인들이 참여하는 15개의 벤처기업이 캠퍼스에 입주해 있고 창조적 아이디어는 있지만 창업을 꿈꾸지 못했던 다른 학생들도 학교차원의 지원에 고무돼 열렬한 관심과 참여 의욕을 보이고 있다.

창업네트워크에서는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연구활동도 벌이고 있는데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와 우리의 벤처 문화를 비교한 백서를 준비하고 있다. 7일에는 관악구와 공동으로 ‘벤처기업타운’조성을 위한 상호 협력 및 지원 조인식을 갖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앞으로는 실리콘밸리와 우리 벤처기업의 기술적 결합이나 기술 및 투자 결합을 주선하고 벤처기업 연구원들에게 첨단 기술 교육과 아이디어를 공급하는 역할도 담당할 예정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첨단산업의 메카로 발전시키는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 스탠퍼드대와 같이 서울대 공대는 기술과 패기를 갖춘 젊은이들의 창업 의욕을 고취시키고 이들의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향후 1백여개의 벤처기업이 관악캠퍼스와 서울대 후문 낙성대에 조성될 ‘연구 공원’에 자리잡게 될 때면 우리 젊은이들의 ‘고시 열풍’도 ‘벤처 열풍’으로 바뀌리라 믿는다. ‘관악 밸리’에 건강한 벤처기업들이 빼곡이 차는 날이 하루속히 오길 기원한다.

김형주(서울대교수·신기술창업네트워크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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