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좌파 지식인의 자기비판,「좌파의 목소리」

  • 입력 1998년 9월 21일 19시 19분


박노해도, 백태웅도 돌아왔다. ‘좌파’ 혹은 ‘좌파적’인 그들은 이제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인가. 그리고 운신의 폭이 좁아진 이 땅의 좌파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학술계간지 ‘현대사상’이 이 시대 한국 좌파의 목소리를 담아 특별증간호로 펴냈다.

이 책은 좌파를 ‘인간해방 노동해방에 대한 믿음과 도덕적 열정에서 출발, 지적 당위성과 시대의 진보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좌파 예찬이 아니다. 아직도 갈 길이 먼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선 ‘비판으로서의 좌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유신시절 대학을 다녔던 70년대 학번 손호철(정치학)김재현(철학)김동춘(사회학)김성기교수(사회학)가 참여한 특별좌담 ‘오늘의 좌파 지식인, 무엇을 할 것인가’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또한 한국 지식인의 나태와 안일에 대한 준엄한 질타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각은 최종욱교수(철학)의 ‘지식인의 무책임성에 대한 자기 반성과 제안’으로 이어진다. IMF 태풍을 예견하지도 못했으면서 그 태풍권에서 벗어나 유유자적하고 있는 지식인의 무책임이야말로 한국 지식인의 참담한 자화상이다. 그는 서구 지식의 수입 오퍼상에 불과한 한국의 사회과학도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공리공론에서 한시바삐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밖에 임지현교수(역사학)의 ‘이념의 진보성과 삶의 보수성’, 조희연교수(사회학)의 ‘새로운 비판담론의 정립을 위하여’, 김진호교수(신학)의 ‘IMF시대의 민중신학’ 등 다양한 진보의 목소리를 담은 9편의 글이 실렸다. 민음사. 9,000원. 287쪽.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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