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이미숙/예고에 진학못한 딸에게

  • 입력 1998년 9월 14일 19시 41분


사랑하는 딸아. 네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가슴이 텅 비어버리는 듯 허탈한 기분이 드는구나. 엄마가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

사람은 태어날 때 자기가 타고난 몫이 있고 또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여겨왔다. 그래서 너희들이 가는 길을 최대한 도우려 애썼다.

다행히 네 언니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진로를 택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고있다. 하지만 네가 하고 싶은 길을 뒷바라지하기엔 너무 무능한 엄마인가 보다.

너는 오직 무용만하며 살고 싶다고 했지. 작년 말. 예고에 들어가기 위해 땀을 흘리며 열심히 준비했지만 수상 경력이 있는데도 너는 떨어지고 말았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이럴 수 없다며 울부짖던 모습. 밥도 먹지 않고 헛소리까지 하던 너. 그렇지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학교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하면서 몸을 추스르고 상업계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는 가슴이 미어졌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세상을 바로 보지 못하게 된 것이 정말 미안하구나. 나의 딸아. 바른 마음으로 네가 하고 싶어 하는 무용을 다시 열심히 한다면 하나님이 길을 열어 줄거라 믿는다. 사람은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자꾸나.

이미숙(서울 동작구 흑석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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