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스필버그 「라이언일병…」,전쟁장면 완벽 재현

입력 1998-09-08 18:37수정 2009-09-25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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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공포를 가장 리얼하게 재현해낸 영화’ ‘영화역사상 가장 뛰어난 전투장면’.

12일 개봉할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라이언일병 구하기’에 미국의 언론이 바친 찬사들이다.

실제로 초반 30분의 전투장면은 종군 카메라맨의 기록필름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적나라하다.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하이퍼 리얼리티 대신, 심하게 흔들리는 핸드헬드 카메라와 지극히 사실적인 편집은 관객들을 몸서리쳐지는 전쟁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인다.

어떻게 이같이 리얼한 전쟁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을까. 스필버그 감독은 배우들이 전쟁을 ‘흉내’내거나 ‘연기’하지 않도록 아예 전쟁을 ‘체험’시키는 방법을 썼다. 배우들을 신병훈련소에 몰아넣었고, 노르망디 상륙부터 주인공의 죽음까지 영화가 진행되는 순서 그대로 촬영을 했다. 미국 연예주간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배우들이 신병훈련 캠프에서 열흘동안 감내해야 했던 모진 군사훈련을 상세히 소개했다.

21년동안 미군 해병장교로 복무한 훈련조교 데일 다이는 매일 아침 배우들에게 피티체조, ‘원산폭격’과 5마일 구보를 시키고 총검술과 2차 세계대전 당시의 군사암호 등을 가르쳤다.

스필버그는 적진에 침투한 8명의 군인 역을 맡은 배우들이, 영화속 그들이 목숨걸고 찾아헤매야 하는 라이언일병(맷 데이먼 분)에게 친근한 감정을 갖지 못하도록 일부러 맷 데이먼을 훈련중 ‘무단 이탈자’로 빼돌리기도 했다.

행군 도중 발목이 삐어 부풀어 올라도 계속 걸어야 하고 라이플 총을 잘못 잡아 손에 물집이 생겨도 욕지거리를 듣는 상황에 배우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했다. 훈련을 거부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투표까지 했다. 7명이 훈련거부를 주장했지만 유일하게 참여표를 던졌던 톰 행크스는 “훈련없이는 군인들이 얼마나 지치고 고통스럽게 사는지 온전히 표현해낼 수 없다”며 배우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영웅적 전투를 그리는 전형적인 전쟁 서사물과는 다르다. 미국 군대의 휴머니즘을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1명을 찾기 위해 8명을 적진에 몰아넣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라이언 일병을 구하라는 미국의 명령은 ‘휴머니즘의 명령’이 아니라 ‘학살의 명령’일 수도 있다.

군인들의 신성한 희생으로 선량한 시민들의 천국인 오늘날의 미국이 가능했다는 애국주의적 시각이 짙게 깔려있지만, 전쟁의 도덕성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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