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자금 창구」 국세청

동아일보 입력 1998-09-01 19:34수정 2009-09-25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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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한나라당측의 대선자금 창구역할을 한 사건은 충격적이고 어처구니가 없다. 한나라당은 즉각 ‘표적수사’라고 주장하며 강경대응할 태세다. 검찰의 수사진행에 따라서는 여야 대치정국이 더욱 꼬일 가능성도 있다. 이 사건의 공개 시점이 하필이면 한나라당 새 지도부를 뽑는 날이었다는 점에서 야당 흠집내기라는 오해의 소지도 없지 않다. 그렇더라도 사건 자체를 희석시킬 수는 없다.

국가기관인 국세청의 청장과 차장이 기업들에 압력을 행사해 당시 여당에 대선자금을 제공하도록 주선했다면 이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기 어렵다. 위법일 뿐만 아니라 고위 공직자로서 양식과 도덕성을 결여한 행위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이 대선자금 액수만큼 세금감면 혜택을 주겠다고 제의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세금을 깎아주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사실이라면 큰 문제다. 결국 국민세금으로 집권당의 대선자금을 충당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선거 때마다 여야를 막론하고 기업이 정치자금을 제공하도록 주선하는 것이 관례였다는 야당측 주장도 있다. 기막힌 말이지만 사실이라면 현 여당도 이번 수사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여야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은 공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지난해 대선때 국세청은 사기업을, 안기부는 공기업을 맡아 집권당에 대선자금을 내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검찰수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국가기관이 대선자금 모금책으로 악용된 행태로서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건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다뤄야 마땅하다.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 공개해야 한다. 또 어떤 형식으로든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 한나라당측은 검찰수사에 정치공세로 맞서기에 앞서 우선 진상규명에 협조하는 것이 순서다. 이번 사건은 검찰의 수사의지에 따라서는 엄청난 폭발성을 지니고 있다. 수사가 대선자금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여당도 안심할 수 없는 뇌관과도 같다. 현재로선 국세청 사건에 국한되는 양상이나 여야 모두 정치공방을 중지하고 검찰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작년 11월 개정된 정치자금법은 대가관계가 없더라도 후원회와 선관위를 통하지 않은 정치자금은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치자금이라는 이름으로 정경유착이 횡행하는 썩은 정치시대를 마감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정치개혁도 돈 안드는 정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다면 이번 수사를 진행하는 검찰이 취해야 할 자세는 명백하다. 철저하고 성역없는 공정한 수사로 정치개혁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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