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도무지 빈 틈이라고는 없는 사람이에요. 주차할 때도 주차선과 정확하게 평행이 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합니다. 제대로 안되면 몇 번이고 전진 후진을 되풀이해서라도 완벽하게 세웁니다. 뒤에 차가 아무리 밀려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아요. 끔찍한 기분이 들어요.”
문제는 결혼생활은 물론이고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그런 성격을 유감없이 발휘해 가족을 모두 숨막히게 한다는 것. 남편 중에도 아내의 지나친 완벽증이나 결벽증 때문에 견디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다. 벗어놓은 양말을 빨래 바구니에 제대로 넣지 않는다는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크고 작은 일에 끝없이 충돌하며 서로를 지긋지긋해 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완벽한 결혼생활도 없다. 부부가 아무리 네 역할, 내 역할을 완벽하게 정해 놓고 따르고자 해도 하루 24시간 그렇게 살 수는 없는 법. 주고 받는 것이 정확한 관계에서도 보너스나 덤이 주어지면 기분이 좋다. 부부 사이에서도 때론 배우자가 기대하지 않았던 양보를 할 때 식어가던 애정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인간관계는 너무 경계선이 분명해도, ‘네 것도 내 것’이라는 식으로 너무 분명치 않아도 탈. 특히 부부 사이에서는 이 선이 있는 듯, 없는 듯하도록 운영의 묘를 살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