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규민/식량난속 농지감소

  • 입력 1998년 8월 25일 19시 44분


엘니뇨와 라니냐에서 비롯된 기상이변으로 지구촌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다. 아프리카 서부 사하라지역에서는 매년 남한 크기의 농경지가 사막으로 변해 그만큼 식량수확이 줄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브라질 등 대표적 농업국가들조차 가뭄으로 식량을 자급하지 못할 위기를 맞고 있다. 그 여파가 세계 각국에 식량난 도미노를 연출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한해 굶어 죽는 인구가 1천8백만명에 달하고 8억명이 영양실조에 걸려 있는 상태다.

▼유엔이 나서서 선진국의 남아도는 음식을 제삼세계 국가에 전달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상황은 좀체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변호사단체를 중심으로 전세계 항공기에서 손도 안대고 버려지는 기내식을 모아 기아국에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기아해소 묘안들도 백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수집 수송 위생상태유지 법적책임 등의 어려움이 있어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식량난을 해소하려면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농지다.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말 현재 농지는 전국토의 21%인 1백16만㏊에 불과하다. 나머지 땅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임야와 대지 공업용지 등이다. 그나마 매년 2%에 가까운 농지가 사라지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퍼부은 간척사업으로 농토를 확보하고 있지만 없어지는 농지를 따라잡기에는 어림없다.

▼이런 판에 농지를 불법으로 전용하는 일이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상반기 중에만 2천2백93건의 불법 농지전용 사례가 적발돼 8백81명의 땅주인이 무더기로 고발됐다. 상반기 중 이렇게 없어진 농지가 서울 여의도 크기라고 한다. 가뜩이나 물난리로 농작물 수확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는 마당에 이런 행위가 계속된다면 문제다. 개인 이기주의로 식량안보가 위협 받아서는 안된다.

이규민<논설위원>kyu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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