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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8월 21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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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大選) 이후 한나라당은 지도력 결핍으로 지리멸렬한 양상을 보였다. 지도부의 결정이 일부 소장의원들에 의해 뒤집히고 중요 현안에 대한 당의 입장이 오락가락했다.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에서는 불필요하게 시일을 끌었고 국회의장 경선에서는 내부이탈로 다수당의 허상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고 경선불복의 오점도 남겼다. 무엇보다도 야당으로서의 새로운 정체성(正體性)을 찾지 못한 채 표류했다. 이런 혼미는 한나라당이 견제세력이나 대안세력 이전에 하나의 정당으로서 존립할 수 있을 것이냐의 문제까지 야기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그런 혼돈을 수습하고 건강한 야당으로 재탄생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당권경합자들은 그 방안을 놓고 경쟁해 대의원들의 선택을 받아야 옳다. 그러나 당권경쟁에서 그런 논쟁이 없어 유감스럽다. 경합자들은 모두 정체성 회복과 정책활동 강화를 통해 ‘강한 야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하지만 구체성과 차별성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 대신 금품살포 향응제공 흑색선전 시비가 두드러지고 누가 당권을 잡으면 당이 분열할 것이라는 말도 끊이지 않는다. 이래가지고 개혁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야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당권도전자들은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전당대회의 주권자는 대의원들이다. 어떤 야당을 만들 것이냐에 대해 대의원들이 고뇌하고 당의 미래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개인적 친소(親疏)나 이해(利害)에 얽매여서는 안된다. 하물며 금품 향응 흑색선전 따위에 휘둘려서는 당에 미래가 없다. 이번 전당대회는 대의원들의 명예로운 혁명의 장(場)이 돼야 한다.
야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명분과 원칙에 충실하는 것이다. 야당에 주어진 가장 강력한 공간은 바로 국회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원칙과 명분에 충실하지 못했고 국회를 올바르게 활용하지도 않았다. 이제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특히 정부여당이 총체적 개혁에 매달리는 이 시기에 야당은 미래지향적 비전에서 정부여당보다 오히려 앞서가야 한다. 8·31 전당대회에서 당을 개혁할 지도부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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