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아침 일찍 언니네 집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 초입에서부터 흙탕물에 빠지면서 걸어들어갔다. 길옆의 농작물은 죄다 쓰러져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흙탕물에 잠겼다 물이 빠져나간 집은 엉망이었다. 오전 4시에 물이 쏟아져들어와 그날은 읍내에 나가서 지냈단다.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에 가재도구 몇가지를 닦는데 흙탕물에 잠겼던 물건들은 진득진득하니 잘 닦이지도 않았다. 비는 또 내리퍼붓고 수돗물도 끊겨 약간의 위로금을 쥐어주고는 흙탕물을 헤치면서 마을을 빠져 나왔다.
다행히 비는 그쳤고 잠시 서울 친정집에 대피했던 언니네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언니는 물에 잠긴 세간을 치우고 닦느라 바빠서 전화를 받을 새도 없다고 했다. 황토물이 할퀸 자리를 보는 나도 암담했는데 이재민들은 얼마나 참담할까. 그러나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남은 꽃들을 거두며 살림살이를 닦던 언니의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해졌다.
김혜순(상업·인천 송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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