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사외이사들 줄줄이 사표 『책임만 있고…』

  • 입력 1998년 8월 9일 20시 27분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는 자리는 싫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상장회사 사외이사들이 불과 몇 달만에 사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9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주총에서 선임됐다가 최근 중도하차한 사외이사는 모두 20명. 신호전자통신 영진테크 등 퇴출 대상기업과 거평제철화학 세풍 우방 갑을 등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기업에서 특히 많았다.

대주주의 독단 경영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제는 선임과정에서부터 전문성이 없는 정실인사가 주류를 이룬다는 비판을 받아온데다 기피현상마저 빚어짐에 따라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셈.

사외이사들의 잇따른 사임은 개인사정 때문인 경우도 있지만 이들이 경영에 참여하거나 경영진을 감시할 수 있는 실권(實權)이 없기 때문. 감사인과 달리 사외이사에게는 기업의 주요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보장돼있지 않고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기회인 이사회마저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기업들이 많지 않다는 것. 반면 최근 소액주주 등의 권리의식 제고로 사외이사들이 부실 경영에 대해 연대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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