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출금리 더 내려야

  • 입력 1998년 8월 5일 19시 21분


은행의 수신금리가 빠른 속도로 내리고 있다. 대부분의 예금이자가 한달새 4%포인트 가까이 내리면서 일부 금리는 한자릿수로 내려앉았다. 외형상 수치만 보면 작년말 외환위기 때의 자금시장 혼란이 수습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금리하락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긍정적인 것만도 아니다. 또 해야 할 일도 많다. 대출금리 인하가 바로 그 중 하나다.

최근의 저금리현상은 기본적으로 시중에 자금이 풍부해져서 나타난 것이다. 통화당국이 통화관리를 느슨하게 한 것도 간접적인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직접적으로는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기피하면서 시중 자금수요가 크게 줄어 나타난 현상이다. 돈은 많은데 딱히 갈 곳이 없기 때문에 다시 은행으로 돌아오면서 여신금리가 빠른 속도로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설비투자가 위축되면 대개 1∼3년 뒤 경기가 악화되는 것이 상례다. 걱정되는 부분이다.

돈이 은행으로만 몰리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자금부족으로 쓰러지는 기업이 수두룩하다는 것도 문제다. 기업들은 금리의 고저를 가리지 않고 돈을 빌리려 하지만 금융기관들이 부실채권 발생을 우려해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면 기업은 도산할 수밖에 없다. 자금이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는 것은 산업구조상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은행들이 처한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나 제한된 범위 안에서라도 금융당국이 자금수급의 왜곡현상을 바로 잡아주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예금금리가 내리면 대출금리도 내려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의 금융비용이 절감되고 신규자금수요가 촉발돼 실물경제가 활성화한다. 그럼에도 금융기관들이 대출금리 인하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유감이다. 작년말 유동성확보를 위해 높은 금리로 예금을 받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대출금리를 낮추면 연말에 대량 역마진이 발생한다는 것이 은행들의 주장이다. 부분적으로는 옳은 말이다. 그러나 은행들이 그동안의 경영부실에 따른 적자를 메우기 위해 높은 예대(預貸)마진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그런 가운데 일부 은행이 대출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혹 시늉에 그치거나 겉으로만 내리고 뒤에서 다른 방법으로 기업에 부담을 주는 식이면 곤란하다.

마침 재정경제부가 대출금리 인하를 위한 인센티브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적절한 조치다. 당국은 금융권 예대마진의 정당성에 대한 실사(實査)를 통해 마진의 적정선을 제시하는 것이 옳다. 은행만 살려고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고객인 기업들을 모두 잃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기업없는 은행은 상상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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