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紙上 배심원평결]아내의 시집식구앞 노출

  • 입력 1998년 8월 5일 19시 08분


▼아내생각▼

주지은(23.주부.서울 중랑구 중화2동)

주부들 대부분이 알고 있을 거예요. 소매없는 T셔츠나 목이 파여 있는 조끼를 입고 있으면 얼마나 편한가를. 시원하기도 하고 땀이나면 편하게 씻을 수도 있죠. 남에게 혐오감을 줄 정도의 노출은 저도 반대해요. 하지만 주부라고 꼭 헐렁한 옷차림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신세대 주부로서 예쁘고 귀여운 스타일의 옷을 좋아한답니다.

저는 결혼하면 아내의 옷은 남편이 다 사주는 줄 알았어요. 잡지에 보면 ‘홈 패션’이라며 예쁜 옷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막상 결혼해보니 집에서 입는 옷을 따로 사는 것은 사치더군요. 결국 처녀시절 입던 옷을 입게 됐는데 ‘반바지’와 ‘민소매 T셔츠’ 밖에 없으니 어떡하겠어요.

집에서 러닝셔츠에 트렁크 팬티바람으로 지내는 남편이 장인 장모를 모시고 산다면 긴 팔에 긴 바지를 입겠다고 하더군요. 시댁은 한 집안 식구라서 괜찮고 처가는 남이니까 조심해야 한다나요. 결혼하면 한 집안 식구가 되는 줄 알았는데 서운한 마음도 든답니다.

남자들은 ‘남들은 괜찮지만 내 아내는 안된다’고 말하죠. 그러나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 아녜요?

▼남편생각▼

권태훈(28.농협 남대문지점 당좌계장)

5월 결혼을 한 신혼부부입니다.장남이라 방이 좀 떨어져 있긴 하지만 어머니 할머니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결혼후 첫 여름을 맞았지요. 더운 여름이라 서로 편한 것이 좋겠지만 아내의 노출이 가끔 걱정되기도 합니다. 끈만으로 어깨를 가린 민소매 T셔츠, 고개를 숙이면 볼록한 가슴선이 드러나 보이는 조끼, 반바지…. 물론 저야 보기에 좋습니다.

그러나 단 둘이 사는 것이 아니잖아요. 어머니나 할머니께서는 며느리가 귀엽고 사랑스러우시니까 크게 말씀을 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속마음은 다르실 거예요. 아내는 야한 차림으로 가까운 곳에 쇼핑을 다녀오기도 합니다. 남들이 그렇게 다니는 것은 상관없지만 내 아내가 그렇게 다니며 남들의 시선을 받는 모습은 불쾌하더군요.

제가 처가에서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산다면 또 다르겠죠. 저도 지금처럼 집 안에서 속옷차림으로 입고 있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을 겁니다. 그게 시댁과 처가의 차이 아니겠습니까. 한 집안식구로서 오랫동안 봐온 사람은 이해하겠지만 결혼 후 새롭게 같이 살게 된 사람들 앞에선 어느정도 조심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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