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업-한일銀 합병 곧 공식선언

  • 입력 1998년 7월 30일 19시 26분


합병을 추진중인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구체적인 합병조건에 합의, 국내 대형 시중은행간의 첫 합병작업이 급진전하고 있다.

두 은행측은 30일 “합병에 대해 원칙적인 합의를 했을 뿐 진전된 내용은 없다”며 합병조건 합의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위원회의 고위관계자는 이날 “두 은행간 합병 논의는 49% 정도 진척된 상태이며 조만간 합병을 공식선언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두 은행간 합병을 대형은행간, 대형―지방은행간, 중소은행간 합병의 기폭제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금감위와 금융계에 따르면 배찬병(裴贊柄)상업은행장과 이관우(李寬雨)한일은행장은 두 은행 합병 후의 상호를 ‘한일상업은행’으로, 등기는 상업은행으로 한다는데 원칙적인 합의를 봤다.

등기를 두 은행으로 해 대등합병 방식을 택할 경우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 정하고 있는 각종 조세감면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상업은행 등기부등본만 존속시키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의 대상인 합병비율은 자산부채 실사를 끝낸 뒤 확정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은행은 합병을 위해 정부에 5조원 정도를 지원해 부실채권을 매입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위 관계자는 “두 은행의 부실을 완전히 떨어내기 위해서는 5조원으로 크게 부족할 것”이라고 말해 추가 지원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정부는 자금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대량해고, 대규모 점포폐쇄, 주식합병 및 소각(감자)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행장은 29일 본점부서장회의에서 “독자생존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합병만이 우리 은행이 사는 길인 만큼 부서장들이 노조원 등 후배들을 설득해달라”고 당부, 합병추진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한편 이행장은 “합병조건 등에 합의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 은행 내부에서는 합병을 대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금융계는 두 은행이 △정부 지원없는 외자유치가 불투명한데다 △금융당국이 경영진 교체를 앞세워 합병을 강력하게 종용하고 있어 ‘외자유치 우선’에서 합병추진쪽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두 은행 노조와 다수의 임직원이 △금융당국의 지원 약속이 실현될지 불투명하고 △대규모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점을 들어 합병에 반대, 성사 여부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게 금융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특히 두 은행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발표, “은행장들이 밀실에서 진행하는 합병협상은 묵과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강운·천광암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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