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백정미/쑥쑥 커가는 남매를 보며

  • 입력 1998년 7월 20일 08시 15분


책상을 정리하던 남편 손에 코팅된 신문 한조각이 쥐어졌다. 이내 중2년생인 아들과 초등학교 6학년인 딸아이가 아빠의 호출을 받았다. “잘 읽고 소감을 말해 보렴.”

90년 2월1일 동아일보 ‘생활속에서’에 실린 내글을 우연히 발견한 나는 지난 8년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그동안 다섯살 여섯살 어린 것들이 자라서 “그거 무거울텐데 제가 들께요”하며 넓직한 어깨를 들이댈 정도가 되었다.

아이들이 저절로 자라지 않음은 늙으신 부모님을 뵐 때마다 깨닫는다. 어린 것들을 키우며 흘린 수많은 눈물과 잠못드는 밤의 기도를 생각하면 내가 자라온 세월이 부모님께 어떤 의미였는지도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다행히 자식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댁에 가고 싶어 방학을 손꼽아 기다리는 정깊은 아이들로 자라주었다.

세상이 어지럽고 말보다 주먹이 앞서, 청소년들마저 두려운 현실이지만 한없이 사랑을 주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고 그 품이 그리워 가끔씩 할머니꿈을 꾸는 아이들이 있는 한 우리에게 내일은 ‘희망’일 것이다.

백정미(주부·경기도 광명시 하안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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