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기아自 인수추진, 부커 포드부회장

  • 입력 1998년 7월 16일 20시 40분


미국 포드 본사의 웨인 부커부회장은 16일 “기아자동차 인수를 진심으로 희망하고 있으며 기아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부채 탕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커부회장은 특히 “기아의 국제입찰과정에서 삼성 현대 등 한국의 특정 업체와 제휴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부커부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부커부회장은 “포드가 기아―아시아자동차를 인수하게 되면 두 회사의 설비를 증설하고 종업원의 고용을 완전 보장할 방침이며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과 자금관리기법, 경영노하우를 기아에 접목해 기아와 아시아를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로 육성하겠다”고 기아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부커부회장은 그러나 “포드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아를 인수할 생각은 없다”며 “입찰설명회에서 발표될 부채탕감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포드가 기아를 정상화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겠다”고 밝혀 부채탕감액수 등 조건이 미흡할 경우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기아―아시아의 부채문제와 관련, “충분한 현금유동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기아 정상화는 힘들다”며 “현재의 부채비율을 갖고 있는 한 전세계 어떤 자동차업체도 기아를 회생시킬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에 따라 포드사는 앞으로 부채탕감문제를 놓고 한국 정부 및 채권금융단과 지속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커부회장은 정부와 채권단이 인수희망업체의 의견을 알아보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27일 열릴 입찰설명회에서 부채탕감문제를 발표하는 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포드―삼성간의 제휴문제와 관련해서는 “삼성과는 오랫동안 제휴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시너지(통합)효과가 낮은 것으로 판단돼 협상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국내 일각에서 포드가 기아를 인수하면 기아가 포드의 하청공장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 “포드는 기아와 아시아의 주체성을 인정하고 독립된 회사로서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 포드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만약 포드 외의 다른 업체가 기아를 인수한다면 13년간 지속돼온 포드―기아간의 협력관계는 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커부회장은 “기아문제를 정치적으로 결정해서는 안되며 누가 인수해야 현실적으로 기아를 회생시킬 수 있을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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