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명건/「생쥐」와 「곰」

  • 입력 1998년 7월 15일 19시 31분


12일 무장간첩의 시체가 발견된 후 2명으로 추정되는 잔당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이 밤낮없이 계속되고 있으나 간첩은 간데 없고 수색작전의 허술함만 드러나고 있다.

14일 오전에는 시체 발견지점으로부터 북쪽으로 약 5백m 떨어진 방파제에서 잠수복 2벌이 발견됐다. 합동신문조의 조사결과 이 잠수복은 민간인이 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침투 무장간첩이 벗어놓은 것으로 한때나마 의심이 갔던 잠수복을 수색작업 이틀후에야 발견해냈다는 점에서 군 경의 수색작전이 허술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았다.

더구나 이 잠수복이 발견된 방파제에서 50여m 떨어진 뒤쪽 해안도로 변에는 동해해양경찰서 초소가 있다.

경찰은 ‘코앞’도 제대로 수색하지 못한 셈이다.

애당초 무장간첩의 시체를 발견한 것도 민간인이었고 간첩이 사용한 수중 추진기를 찾아낸 것 역시 어민이었다.

동해안에 상륙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2명의 무장간첩은 이미 군의 포위망을 벗어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하지만 수색에 나서고 있는 군 경의 자세에는 간첩을 꼭 잡아내고야 말겠다는 열의보다는 벌써 ‘책임회피’에만 신경쓰는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무장간첩 수색은 군이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우리와는 관계없다”고 말했다.

또 14일 밤 동해시청 기자실을 방문한 군 고위관계자는 “군의 입장에서는 투입된 병력을 오히려 줄여야 할 상황이다. 대규모 병력이 장기간 수색을 계속한 뒤 가시적인 결과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돌아올 비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필사적인 ‘생쥐’를 쫓는 덩치크고 느린 ‘곰’을 보는 듯하다.

이명건<사회부>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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