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리뷰]KBS2「그들이 여자…」,편견없이 담은 아픔

입력 1998-07-13 19:42수정 2009-09-25 07:41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주위의 편견과 따가운 눈총. 그리고 가족들마저 외면하는 처절한 고독. 자신에게 주어진 ‘신의 섭리’를 바꾸려는 성전환자들을 둘러싼 환경들이다.

12일 방송된 KBS 2TV ‘영상기록 병원24시―그들이 여자로 살아가야하는 이유’는 이제껏 TV에서 선정적인 화면으로 채워졌던 이들 성전환자의 굴곡많은 삶을 보다 ‘가라앉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물론 방송최초로 공개된 성전환수술 장면은 다분히 선정적이지만 카메라는 이전 유사프로의 관음적인 시선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그들을 담담히, 때로는 동정어린 눈길로 담아냈다.

가명으로 소개된 두명의 성전환자 김혜진씨(29)와 박지연씨(40). 각각 9년과 20년을 남자이면서 여자로, ‘양성(兩性)’으로 살아 온 이들에게 성전환수술은 새로운 자아를 찾는 ‘투쟁’으로 그려진다. 특히 수술을 받기위해 그간 연락이 전무했던 가족들의 수술동의서를 어렵사리 받아내는 과정은 1천명이 넘는 우리사회의 성전환자들의 현실을 적절히 지적한 대목이다.

단지 사회의 한 구성원이기를 바라는 이들을 바라보는 카메라는 55분동안 내내 그들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 이들의 삶이 그리 ‘유별나지 않음’을 증거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들을 적나라하게 공개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얼굴이나 ‘남자로 생활할 때’의 사진을 전부 드러낸 것은 그들의 ‘이후의 삶’에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앞으로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나 애 낳고 살고싶다”는 김혜진씨의 소박한 바람이 보통남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를 제작진들이 제대로 고민했는지 의문스럽다. 이 점에서 ‘영상기록…’이 아직은 극히 민감한 소재를 다루면서 이후 유사소재를 다룰 프로를 위해 어떤 선례를 남겼는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