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이혜경/『엄마, 손자키우느라 힘드시죠』

  • 입력 1998년 7월 13일 19시 33분


“어머니. 얼굴이 까맣게 되신 것 같아요.”

올케는 엄마를 생각해서 한 말인데 엄마는 이 한마디가 좀 서운하셨던 모양이다. 요즘 날씨가 더워지면서 조카를 업고 자주 밖에 나가시다 보니 얼굴이 좀 탔는데 그것을 모르고 무심코 올케가 던진 한마디에 거울을 들여다보며 “나도 늙었지 뭐”라고 한숨을 내쉰다. 퇴근길 조카를 등에 업고 대문 앞에서 소일하시는 엄마를 볼 때마다 마음이 울적하다. 아직 엄마의 모습이 할머니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애를 보면 쉬 늙는다더니….

손자 보며 살림도 도맡아 하시니 엄마 자신도 때론 힘에 버거우신 것 같아 자식으로서 죄송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종종 자식들이 주는 서운함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손자 녀석 재롱떠는 것을 보며 세상 시름 다 잊으시는 우리 엄마. 아내에서 엄마에서, 이제는 당신의 인생을 즐기며 사셔야 하는데…. 형편상 마음껏 여행을 다니시지도 못하고 그저 할머니로서 손자보며 살아가야하는 단조로운 삶.

하지만 엄마. 때론 우울한 기분도 들겠지만 엄마가 계시니 자식들이 행복하다는 것을 아셨으면 해요. 저희들이 아직은 엄마 마음을 흡족하게 해드리지 못하지만 점점 나아질 것이라 믿어요.

이혜경<서울 노원구 공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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