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서든데스까지 가는 혈투 끝에 우승을 차지한 것은 한달반만에 메이저대회 1승을 추가했다는 사실을 뛰어넘는 의미를 지닌다. 골프는 기량 못지않게 철저한 자기관리나 냉철한 승부근성을 요구하는 경기다. 박세리의 위기관리 능력은 소녀티를 막 벗어난 어린 선수답지 않게 노련했다. 연장라운드 초반 4타를 뒤지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경기를 풀어나갔다.
▼최대의 승부처였던 18번 홀에서 박세리의 진가는 빛났다. 티샷한 볼이 호숫가의 경사면에 빠지자 박세리는 양말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투혼을 발휘해 위기를 벗어났다. 이날 연장전은 상대가 아마추어선수였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경기였다. 피를 말리는 대결 끝에 승리를 따낸 것은 그의 무한한 가능성과 지난번 첫 우승이 우연이 아님을 동시에 입증했다.
▼박세리의 장래는 매우 밝다. 이번 우승으로 그는 세계 정상의 선수로 확고히 자리잡는데 성공했다. 경제적 측면의 ‘박세리 효과’도 상당할 것이다. 박세리 자신과 후원기업에 돌아올 이익 외에 국가이미지에도 긍정적 역할이 기대된다. 좌절과 고난의 시대에 새로운 영웅으로 떠오른 박세리의 또 다른 승전보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