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US오픈4R]박세리,「버디퍼팅」놓쳐 「우승」늦춰

  • 입력 1998년 7월 6일 19시 56분


아쉬움은 남지만 세계골프계를 흥분시킨 명승부였다.

6일 미국 위스콘신주 쾰러 블랙울프런GC(파71)에서 벌어진 98US여자오픈(총상금 1백50만달러) 최종 4라운드.

‘슈퍼루키’박세리(21·아스트라)가 ‘메이저대회 연속우승’의 축배를 하루 뒤로 미뤘다.

1오버파 72타로 선전한 태국계 미국이민 2세인 동갑내기 제니 추아시리폰(듀크대)에게 동타(6오버파 2백90타)를 허용, 18홀 연장전을 갖게 된 것.

이날 두번째 샷을 무릎까지 차는 깊은 러프에 빠뜨린 3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한 박세리는 4번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 불안한 출발을 했다.

이어 7번(파4)과 9번(파4)에서도 보기를 기록, 전반에만 무려 5타를 까먹고 말았다.

하지만 박세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 힘은 바로 중고생시절연습장에갈돈이없어 추운 겨울날 동네앞 저수지에서 곱은 손을 입김으로 불어가며 빈스윙으로 다진 강인한 정신력이었다.

추아시리폰, 리셀로테 노이만(스웨덴)과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숨막히는 접전이 이어지던 14번홀(파4). 10번홀부터 파행진을 계속하던 박세리는 티샷이 오른쪽 러프에 빠졌으나 두번째 샷을 홀컵 5m거리에 투온.

박세리의 퍼터를 떠난 볼은 내리막 라이를 거침없이 타고 흐르며 홀컵으로 빨려들어갔다.

이 홀에서 추아시리폰을 1타차로 따돌리며 단독선두에 나선 박세리와 추아시리폰은 17번홀(파3)에서 보기를 주고 받아 여전히 1타차.

실수만 하지 않으면 우승이 예상되던 18번홀(파4).

박세리는 바로 앞조인 추아시리폰이 기적같은 10m짜리 버디를 낚아 동타가 된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박세리의 진가는 여기서 발휘됐다. 호쾌한 드라이버 티샷을 페어웨이 정중앙에 안착시킨 박세리는 세컨샷을 홀컵 3m거리에 투온시켰다. 회심의 버디퍼팅은 야속하게도 홀컵을 스치듯 비켜나 결국 연장전으로 승부를 가리게 됐다.

〈안영식기자〉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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