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인터뷰]네덜란드 보행자協 베르멜렌국장

  • 입력 1998년 7월 6일 19시 56분


“교통정책은 무엇보다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특히 보행자 안전문제는 교통 뿐만 아니라 모든 도시행정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네덜란드 보행자협회 빌렌 베르멜렌 사무국장(48)은 “보행자 안전보다 더 중요한 교통문제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헤이그 도심에 있는 30여평 규모의 보행자협회 사무실에는 전유럽 국가의 교통정책관련 자료가 그득했고 벽은 온통 각국의 교통표지판으로 장식돼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상근직원은 6명. 53년 설립됐으며 회원 3천여명의 회비로 운영되고 있다. 개인회원은 물론 노인단체나 가족단위 회원도 상당히 많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겪는 보행불편 사항을 편지 등으로 협회에 전달하고 나름대로 대안도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도로안전연구소(SWOV) 연구원이나 대학교수도 회원으로 참가, ‘보행자 안전의 싱크탱크’역할을 하고 있다.

베르멜렌 사무국장은 “70년대 까지만 해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와 대립하고 갈등을 빚기 일쑤였다”며 “그러나 협회가 단순히 반대만 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한데다 꾸준히 시민의 의식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인 결과 이제는 ‘정책의 파트너’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6백여개 기초자치단체 중 1백여개 자치단체가 회원으로 가입,회비를 내고 있을 정도라는 것.

그는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태리 등 유럽 11개국의 보행자 단체가 88년 ‘유럽보행자협회’를 결성해 보행자안전 시민운동이 이제 국제적인 연대를 갖고 추진되고 있다”며 “안전하게 도시를 걸을 수 있는 보행권을 시민의 기본권으로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보도가 울퉁불퉁해 노약자가 넘어져 다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보상하는 방안을 놓고 교통부와 협의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헤이그〓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