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성주/「性기능약품」 醫-藥 갈등

  • 입력 1998년 6월 30일 20시 01분


대한비뇨기과학회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먹는 약 ‘비아그라’와 좌약 ‘뮤즈’ 등 발기부전치료제들을 ‘향 성(性)기능약품’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학회 권성원(權誠遠)이사장은 “이들 약이 치료제로 쓰이지 않고 남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룸살롱에서 고객들에게 ‘사은품’으로 나눠주는가 하면 청소년도 호기심으로 구입하고 있다는 것.

“외국에서는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마구 유통되고 있어 문제”라는 것이 의학계인사들의 의견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제약회사에선 아무에게나 팔 가능성이 있고 나아가 성범죄를 유발할 위험도 크다는 것.

한마디로 ‘동맥확장제’가 ‘꿈의 남성치료제’로 탈바꿈했듯이 ‘성 타락조장제’로 둔갑할 수도 있다는 주장.

이에 대해 비(非)비뇨기과의사들과 약사들의 반론은 거세다.

이들은 전문약품이나 일반약품의 규제대상품목으로만 지정돼도 ‘성타락’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의사들만 약을 팔겠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향정신성의약품은 한번에 파는 양을 제한하고 또 일일이 ‘기록’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약국에서 구입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며 발기부전치료제도 마찬가지라는 의견이다.

내년 7월 의약분업을 앞두고 비뇨기과의사들의 이익챙기기라는 비판이다.

향성기능약품 지정 논란은 ‘성 전문가’인 비뇨기과의사들의 ‘충정’일까, ‘이권 따내기’일까. 신약개발 대신 ‘판매’에 관심이 쏠리는 듯한 국내 의료계. 의사협회는 13일 오후 서울프라자호텔에서 ‘향성기능약물’을 주제로 공청회를 연다.

이성주<생활부>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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