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부형권/「작은 권리」 쟁취

  • 입력 1998년 6월 24일 19시 18분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입대한 안모씨(29)는 94년 12월 사격훈련을 받던 중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고장난 권총 때문에 탄환 3발이 잘못 격발돼 이중 1발이 왼손 가운데손가락을 관통한 것.

안씨는 군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정상적으로 군생활을 마쳤지만 보상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안씨의 상처는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공상이지만 국가유공자지원법상의 상이군경 보상기준에는 해당하지 않기 때문.

안씨는 군당국에 “손가락이 휘어져 10%의 노동력을 상실했으니 국가배상법에 따라 보상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군은 “보상금 관련 절차가 모두 끝나기 전에는 어쩔 수 없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안씨는 결국 제대를 앞둔 올해 초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청구했다.

명문대 법대 출신인 안씨의 재판은 법원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안씨는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고 관련자 증언 등 모든 증거서류를 직접 완벽하게 구비해 재판부를 놀라게 했다.

담당재판부인 서울지법 민사합의13부(재판장 조대현·曺大鉉부장판사)는 24일 “국가는 3천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안씨의 손을 들어 주었다.

재판부는 “안씨의 부상은 총기관리를 소홀히 한 국가의 책임”이라며 “안씨의 상처가 상이군경 보상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공공시설 등의 하자로 인한 책임을 규정한 국가배상법을 적용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안씨의 승리는 군복무중 국가의 관리소홀 등을 이유로 생긴 경미한 부상에 대해서도 국가배상을 인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재판부 관계자는 “안씨가 고군분투하며 찾은 ‘작은 권리’는 군생활 중의 불미스러운 일은 불문에 부치는 현실에서 적잖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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