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이정실/『北혈육상봉 생전염원 이제야…』

  • 입력 1998년 6월 17일 19시 43분


▼ 돌아가신 아버님께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더….

제가 여고시절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안방에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를 슬피 부르며 주먹으로 방바닥을 탕탕 치셨던 아버지. 그시절 아버지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할 만큼 철이 없던 제가 부끄럽습니다. 그러던 제가 이제 그 여고생보다 더 큰 딸이 있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아버지. TV에서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방북행사를 지켜 보았습니다. 18세때 떠나온 고향을 잊지 못해 83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집념을 불태웠습니다.

홀홀단신 남한에 혈육 한 점 없으신 아버지. 보고싶은 부모님과 형제분들에 대한 애정을 저희 육남매에게 쏟으셨지요. 이제 모두 성장해 사회 각계에서 자기 역량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KBS 이산가족 찾기 방송을 밤새워 보시던 아버지. 고향방문 신청을 하고 좋아하시던 아버지. 몸이 불편하신데도 곽산면민회에 꼭 참석하시던 아버지. 아버지의 염원을 자식들이 잇겠습니다.

이제 희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하늘나라에 계신다면 이승에서 못다한 효도 많이 하시겠군요.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이정실(서울 성북구 성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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