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의 「미사일 카드」

  • 입력 1998년 6월 17일 19시 13분


북한 관영 중앙통신은 16일 북한의 미사일 수출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이 하루 빨리 대북(對北) 경제제재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면서 그동안의 미사일 수출은 외화획득을 위해 할 수 없이 선택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미사일 수출을 처음 공식 시인하면서 미국의 경제제재조치에 연관시킨 것은 대미(對美) 협상용인 ‘핵카드’와 함께 ‘미사일 카드’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미 양국은 지난번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클린턴대통령의 정상회담 후속조치로 다음달 초 대북 제재조치 완화문제에 관한 실무회담을 열 예정이다. 미국은 법적으로 복잡한 규제장치를 발동하고 있지만 북한의 성의 여하에 따라서는 가시적인 성과도 기대할 만하다. 그러나 북한이 지금처럼 미사일문제에 새롭게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과거와 같은 ‘벼랑끝 외교’를 구사하려 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한반도 주변환경이 ‘벼랑끝 외교’가 통하던 시절과는 달라진 만큼 북한은 더욱 합리적 이성적 자세로 나올 필요가 있다.

우선 미국이 대북 경제제재조치를 해제해야 미사일 수출을 중단하겠다는 북한의 주장은 앞뒤가 바뀐 궤변이다. 미국이 제재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 배치 수출 등 끊임없는 적대적 대결정책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4월에도 파키스탄에 가우리미사일 부품을 공급해준 혐의를 받고 있으며 개발중인 대포동 1호 미사일도 곧 실전배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이 미국의 제재조치 해제를 주장할 명분을 가지려면 먼저 이같은 행동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수출을 막으려면 수출중지로 인한 경제적 손실까지 보상해줘야 한다는 북한의 주장 역시 어처구니 없는 억지다. 미사일을 외화획득의 수단으로 삼는 것도 그렇거니와 제삼국에 대해 보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 또한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북한이 지금이라도 개방 개혁의 길로 나선다면 외화획득의 기회는 도처에 널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북한이 이처럼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만 계속해서는 자신에게 득될 일이 없다. 그러잖아도 미 의회 내부에는 4자회담 북―미(北―美)미사일회담 등에서 북한측이 보인 태도를 비난하는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다. 여기에다 북한이 미사일의 생산 실험 배치를 계속하겠다고 나선다면 대북 제재조치 해제에 호의적인 인사들도 등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미국을 방문해 대북 제재조치 해제 분위기를 조성했던 김대통령의 노력도 허사가 된다. 북한은 좀 더 신중한 판단과 선택을 하기 바란다. ‘미사일 카드’로 과거와 같은 ‘벼랑끝 외교’를 구사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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