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윤연정/단돈 5백원도 소중히…몸에 밴 근검

  • 입력 1998년 6월 16일 19시 19분


퇴근후 집으로 돌아왔더니 엄마는 “아까 야채장수가 왔기에 양파하고 배추를 샀는데 집에 와서 따져 보니 5백원을 덜 받은 것 같다. 어떻게 하니”라고 울상이었다. 그러더니 용달차가 떠나기전에 다시 가봐야겠다며 서두르셨다.

혹시나 5백원 때문에 싸움이 일어나지 않을까 해서 큰언니와 둘째언니 그리고 나까지 걸음을 재촉해 가시는 엄마의 뒤를 쫓아갔다. 하지만 야채장수의 차는 벌써 가버렸는지 보이지 않았다. 우린 엄마한테 그깟 5백원이 뭐그리 대단하느냐며 잊어버리고 속상해하지 말라고 했다. 엄마는 실망스러운 얼굴로 돌아서셨다.

다음날 점심때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 야채차가 왔기에 어제 5백원 덜 받았다고 얘기하니까 야채 아주머니가 미안하다며 호박 하나를 주더라.” 어린 아이처럼 신이 난 엄마의 밝은 목소리가 나의 마음에 작은 행복감으로 다가왔다. 한창 젊으셨을 땐 기가 막히게 계산을 잘 하시던 우리 엄마. 세월이 가서 당신이 점점 늙고 쇠해지는 기억력에 얼마나 침울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웠다. 요즘처럼 어려울 때에 단돈 5백원이라도 소중히 여기는 엄마의 모습에 내 모습을 돌아본다.

윤연정(경기 광명시 철산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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