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이야기/12일]살랑바람…뒤척이는 잎새

  • 입력 1998년 6월 11일 19시 54분


채근담에 이르기를, 잎 떨어진 나무와 이끼 마른 돌의 맛을 모르거든 동양의 진수를 논하지 말라 하였으나, 몸을 활짝 열어제친 여름의 성찬(盛餐)을 뉘라서 탓할까.

그렇다고는 하나 번화(繁華)는 한때의 꾸밈이요, 고적(枯寂)은 본연의 바탕이라 했으니, 새 울고 물소리 화답해 산과 골이 한껏 어우러지는 이 때, 낙목한천(落木寒天)의 뜻을 새겨봄도 좋을 듯. 차차 흐림. 아침14∼19도, 낮23∼28도.

절기마저 ‘깜박깜박’하는 요즈음. 사람의 ‘손때’를 타서 그렇지, 본시 자연은 자기를 내세워 강박하지 않는다. 선가에서 이르지 않던가. ‘맑은 바람은 풀을 넘어뜨리되 흔들지는 않고 밝은 달은 하늘을 가득 채우나 비추지는 않는다…’(청풍언초이불요 호월보천이비조·淸風偃草而不搖 皓月普天而非照)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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