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박윤철/신용대출 「문전박대」

입력 1998-06-01 20:10수정 2009-09-2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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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은행들이 과연 서비스기관입니까.”

며칠전 만기가 된 마이너스통장을 연장하기 위해 은행을 찾은 회사원 윤모씨(29)는 은행대출담당자가 계약연장을 위해 요구하는 조건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은행측은 계약연장을 위해 월25만원 이상의 적금을 들 것과 재산세 납세실적이 있는 보증인을 내세울 것을 요구했다.

대출담당자는 “보증인의 부동산에 단 10원이라도 가압류 설정이 돼 있으면 안된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서민들에게 은행 문턱이 높은 것이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윤씨는 적어도 이 은행에서는 자신을 우량고객으로 평가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지난 1년간 은행과 거래하면서 급여이체는 물론 매달 50만원씩 적금도 꼬박꼬박 들었다. 지난해 결혼하며 만든 마이너스통장에서 대출받은 1천만원은 많은 이자를 내고 단 하루의 연체도 없이 모두 갚았다.

이런 점들을 자세하게 설명했지만 대출담당자는 “요즘 은행형편 어려운 것 알지 않느냐”고 말할 뿐이었다.

한참 승강이한 끝에 윤씨가 “실질적으로 가계대출을 해주지 않으려고 이러는 것 아니냐”고 하자 “요즘 가계대출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어 어쩔 수 없다”며 “우리 사정도 이해해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윤씨는 “신용이 나쁜 고객과 우량고객을 선별하는 것이 은행의 기본 업무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모든 고객에게 담보와 보증인을 요구한다는것 자체가 우리나라 은행의 낙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윤씨는 “앞으로 외국은행이 본격적으로 들어온다는데 우리나라 은행들이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부터 외국은행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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