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권재현/「무죄」라고 할수없는 한국민

  • 입력 1998년 5월 11일 19시 46분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여러분에게 과연 무엇을 해주기를 바랍니까?”

11일 서강대 다산관4층 멀티미디어실에서 대학원생들과 간담회를 가진 휴버트 나이스 IMF아태지역국장은 이렇게 물었다. 무슨 말을 해야할까, 얼떨떨해 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그는 “짐싸가지고 당장 떠나라는 것은 빼고…”라며 농담도 곁들였다.

학생들은 쉽사리 말문을 열지 못했다. 한참후에 나온 얘기는 “한국정부와 제대로된 의사소통을 해야한다” “외국투자가들에 한국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게 해달라” “국제적 핫머니를 규제할길은 없느냐” 등이었다.

학생들은 이에 앞서 나이스국장에게 금융개혁이 기업개혁에 선행해야한다고 보는 것인지, 현정부의 지금까지 대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묻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인도네시아사태 악화보다는 과열된 미국경기의 추락이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이 더 우려되는 것은 아니냐는 국제적 시각의 질문도 나왔다.

특히 “IMF가 구제한 것은 한국 정부와 기업이지 한국 국민은 아니지 않는가. 현재의 경제위기상황에서 가장 고통을 받고 있는 한국민을 위해 IMF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어필’을 겸한 발언도 있었다.

나이스국장은 “한국금융과 기업의 문제점은 한국 정치와 사회관행의 산물이기도 하다”면서 “현재의 위기가 한국만의 문제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한국인이 무죄라고 말 할 수도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IMF관리체제란 바로 한국사람이 불러온 것이요, ‘내탓’임을 실감하지 못한다는 얘기로 들렸다. 어느 여학생의 질문 처럼 ‘IMF는 한국에서 신적인 존재’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모두가 불러온 사태이며 더불어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과제’다.

권재현<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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