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의 현실인식

동아일보 입력 1998-05-11 19:46수정 2009-09-2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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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10일 ‘국민과의 대화’는 우리경제의 실상을 국민에게 직접 알리고 앞으로 추진해야 할 개혁과제들을 분명히 하는 한편 각 경제주체들에는 고통분담을 호소하는 자리였다. 대통령은 이날 경제회생대책과 관련, 금융 기업 구조조정의 가속화, 수출증대와 외국인 투자유치,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경제회생을 위한 강도높은 구조개혁을 강조하면서 국민과 각 경제주체들에는 땀과 눈물, 그리고 고통분담을 요구했다.

김대통령은 정부가 얼마전 내놓은 경제회생 3개년계획과 대기업그룹들의 구조조정계획안을 토대로 경제전반에 걸친 중장기전략과 미래 비전을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했다. 올해 전면적인 구조개혁을 이뤄내고 내년에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하의 위기상황을 극복하면 2000년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으며 2001년부터는 선진국 진입이 가능하다는 경제난국 타개의 일정을 밝혔다. 국민에게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한편 정부의 위기극복 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한 노력의 일단으로 이해된다.

경제회생대책의 큰 방향은 옳다.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실업대책보다 구조조정쪽에 두기로 한 것도 불가피한 정책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경제주체들의 폭넓은 공감을 얻어내기에는 미흡했다. 구조조정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그에 필요한 엄청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한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론은 무엇인지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모든 경제현안에 지나치게 논리적으로 접근한 것도 기대했던 만큼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원인이다.

이미 실패한 개혁인 정부조직개편은 앞으로 어떻게 보완해 나갈 것인지, 산하기관과 지방정부개혁은 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의지표명이 부족했다. 그 어느 것보다 우선되어야 할 정치개혁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국민을 대화의 상대가 아니라 그저 설득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아니냐는 실망감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더욱 아쉬운 것은 대통령의 현실인식이다. 정책당국의 한건주의, 부처이기주의와 그에 따른 정책혼선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다. 정부정책의 실효성문제 역시 그냥 그대로 넘어갔다.

대통령의 개혁의지가 아무리 확고해도 일선 창구와 현장에서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면 더 이상 실효성은 없다. 수출지원금융이 그렇고 실업대책이 그렇다. 기업과 근로자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것을 덜어주려 한다면 정부대책이 일선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시행착오와 재원의 낭비를 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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