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삼육대 스포츠마사지 강좌…희망의 재취업훈련

  • 입력 1998년 5월 11일 19시 46분


“어이 시원하다. 김씨, 그새 솜씨가 많이 늘었네.”

“그래도 형님보다야 못하죠.”

8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 삼육대 다목적관의 스포츠 마사지 실습 현장. 넥타이를 단정하게 맨 신사, 이마가 반쯤 벗겨진 중년의 남자, 청바지 차림의 30대 주부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다름 아닌 삼육대가 개설한 재취업 훈련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실직자들이다.

분야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대개 하루 학습시간은 이론과 실기를 합쳐 네시간정도.

실직의 아픔을 안은 그들이지만 현재만큼은 즐겁다. 재취업의 기대도 크고 무엇보다 캠퍼스의 활기찬 분위기가 좋다.

생활도 대학생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처음 ‘입학’했을 때 서먹하던 분위기는 2주일이 채 가지 않았다. 다들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호칭은 금세 ‘선배님’ ‘형님’ ‘언니’로 바뀌었다.

강좌별로 ‘과대표’도 뽑아 ‘대학 생활’의 구색을 갖췄다. 또 이달 말에는 근교 산이나 유원지로 야유회를 떠날 계획이다. 서로 친해질수록 강의는 더욱 화기애애하게 진행되고 학습효과도 높아진다.

실직자 박모씨(49)는 “다시 젊어진 느낌”이라며 “같은 처지끼리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격려도 해가면서 즐겁게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름을 밝히지 않은 30대 후반의 한 남자는 “직장에서 명퇴를 당했을 당시 심정은 세상이 싫고 참담했다”며 “서너달이 지나면서 언제까지 실의에 빠져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새 인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교육에 임하는 자세는 대학생들보다 더 진지하다. 컴퓨터반의 경우 오후 5시반까지인 교육 시간을 넘기기 일쑤고 열성파들은 8∼9시까지 남아 공부에 몰두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들의 교육을 지원하고 있는 안우철(安佑徹·33)교학주임은 “아픔을 겪은 실직자들이 단순히 기술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캠퍼스의 젊은 분위기속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재충전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금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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